[2025.05.11] 파리 근교에서, PARIS

※ 단순히 본인 기록 용을 위해 매우 가볍고 빠르게 쓴 일기 형식의 글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일정은 파리 중심부보다는 외곽을 다니는 계획이었다. 빌라 사보아부터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라데팡스, 마지막으로 개선문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나는 빌라 사보아가 있는 Poissy로 향했다. 기차 RER A선을 타고 생제르맹앙레에 내려 버스로 환승해 도착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 빌라 사보아 앞에 도착을 했다.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는 동시에 현대 건축의 상징격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유럽에서 르 코르뷔지에 건축물 답사를 또한 장려하고 있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특히 그는 프랑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진행해 프랑스 여행을 한다면 빌라 사보아, 라투레트 수도원, 롱샹 성당, 유니테 다비타시옹 등 답사지들이 많다. 나는 그 중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건축학도 신입생이면 처음부터 배울 그의 근대건축 5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물인 빌라 사보아가 파리 근교에 있어 여기를 먼저 들려보기로 했다. 나도 사실 파리 여행에 있어 빌라 사보아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여행의 큰 목적이기도 했다. 오늘만큼을 위해 잠도 많이 자고 시간도 최대한 비워 놓아 못 본다는 사고는 미연에 방지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특징은 철근 콘크리트라는 공학적 혁신을 통한 기능, 행위 중심의 합리적인 공간 구성과 이를 경제성으로도 풀어내어 대규모 건축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나는 건축 답사를 할 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읽히는 건축물을 참 좋아하고 재밌어 한다. 그 읽히는 기준은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 위의 논리가 아닌, 진화론적인, 신체 중심의 기준인 것이다. 그래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또한 좋아하는 것이, 그의 건축물을 분석하다보면 그런 읽히는 정보들이 많고 치밀하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배우는 점이 많이 보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빌라 사보아의 입구는 소박하게 되어 있었다. 알다시피 이 빌라는 별장이었다.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100번은 넘게 보던 그 빌라 사보아가 눈 앞에 있었다. 파리 에펠탑 이후로 두 번째 충격이었다. 사진과 VR 등으로 감상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신체적인 오감 뿐만이 아닌, ‘직접’ 가 보았다는, 거기까지의 가는 여정이라는 그 과정과 기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빌라 사보아는 매우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푸르른 잔디 밭과 초목들, 그리고 원색의 강렬한 건축물 한 개.

거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찍은 렌더링 샷같은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또한 저 그림에서 그의 근대 건축 5원칙이 모두 보이는, 대담한 건축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 가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저 빗물 물 끊기 선이 보이는가? 이런 건 어디 책에서도 볼 수 없다. 디테일의 디테일들은 서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책이 너무 방대해지기 때문에. 또한 우측 하단의 얇은 기둥과 보들의 횡 방향으로의 연결되지 않은 점도 재밌게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인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입구로 들어오면 두 개의 2층으로 올라가는 건축적 장치가 보인다. 나선 계단과 램프. 그는 이 두 가지 장치를 각각 서비스/전이 공간으로 설정하고, 나선 계단은 가정부나 빠르게 내려올 이들이 사용할 계단으로 설계를 했고, 램프는 프롬나드라는, 건축적 산책로로서 2층으로 올라가는 그 과정에 있어 천천히 그 전이되는 공간을 즐기도록 설계를 한 것이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오면 제일 큰 공간인 거실이 있고, 거실은 옥상 정원하고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때는 공학적인 완벽함이 없는 실험적 건축이었기 때문에, 누수에 대한 방지를 못해 그 당시에는 빗물 관리가 안 되어 소송까지 갔다고 한 건축물이다.

주방은 기능을 추구한 그 답게 제일 디테일하고도 볼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지금도 주방은 기능/합리성의 최전선에서 가전들과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이 주방은 크게 서브 주방과 메인 주방으로 나뉘고, 서브 주방은 서빙, 간단한 요리가 이뤄지고 메인 주방은 그 반대가 이뤄지는 것이 건축적으로도 보여서 재밌었다.

그리고 2층의 침실의 화장실인데, 저 세 개의 문을 보고 지금도 특이한 문과 공간의 관계가 있다고도 봤다.

그리고 침실은 중간에 책장이나 옷장같은 가구적 역할을 하는 건축 벽을 경계로 삼아 창가는 서재 등으로 명확한 조닝을 나눈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메인 침실의 욕실에서는 인간의 행위를 고려한 재밌는 디자인을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는 천창이 뚫려 있어 자연광이 실내 깊숙히 들어오게끔 했다. 하지만 그도 깨달았겠지만 천창은 지붕 누수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위다.

옥상 정원은 행위를 지원하는 듯한 벽체들이 있었다.

1층 가정부실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가구의 사이즈. 딱 봐도 빨래를 한다는 상상이 되질 않는가?

자동차의 회전 반경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생긴 곡벽.

그렇게 빌라 사보아의 답사는 마쳤다. 정말 재밌던 답사였던 것 같다. 사실 공간 내부를 곳곳 돌아다니는 기회는 별로 없다. 특히 주택과 별장 같은 경우에는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는 Poissy 지방을 좀 돌아다녀봤다. 파리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한 교외 단독주택 건물들이 많았고, 작은 마켓부터 잡화점 등,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기 위해 생제르맹알레 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생제르맹 성당도 외부에서 보기도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남서쪽으로 가자 베르사유 궁전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베르사유 궁전은 얼마나 면적이 크면 건물 자체만 보면 웅장한데 전체로 보니 한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밀도가 낮아 보였다.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날씨는 햇살이 정말 뜨거웠다. 지금 한 여름에 비교하면 훨씬 덜 덥지만, 체감상 땀도 나는, 그런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그렇게 베르사유 궁전에 입장하고, 그 왕궁의 위엄을 더 없이 느꼈다. 사치의 아득함과 동시에 그 권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렇게 베르사유 궁전을 떠나 이제는 라 데팡스라는, 프랑스의 신시가지를 가보기로 했다. 남은 일정은 두 개선문 답사인데, 신 개선문과 구 개선문이 그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라데팡스에 도착하니 저 거대한 그랑데 아르슈, 신 개선문이 보였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계단엔 사람들이 저 멀리 개선문 방향으로 앉아 있었다.

너무 거대해서 사진으로 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점심은 파이브가이즈에서 먹어봤다. 땅콩이 무제한이 특징인 이 프랜차이즈. 맛은 먹을 만 했다. 패스트푸드라기엔 조리시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다가 지쳤다.

주변의 마천루들도 구경을 좀 더 하고, 이제는 개선문으로 향했다.

신개선문과는 다른 분위기로 나를 압도했다. 밀도는 훨씬 높았고 거대했다.

뮤지엄패스로 입장을 하고, 끝없는 듯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엄청난 전망이 나를 맞이했다.

정말 끝내주었다. 여행 4일차 이전에 들렸던 파리 곳곳이 모두 파노라마 안에 담겼고, 그동안 독립적으로 봐 왔던 파리의 랜드마크들이 한 풍경에 담겨 파리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강렬한 축선은 사진을 찍는 데 완벽한 구도를 제공했다. 이러한 전망대는 도쿄의 시부야 스카이, SibuNiwa, 도쿄도청 전망대와 비슷한 감동을 주었다.

그렇게 다 둘러보고 내려오니, 개선문 아래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6시에 불 재 점화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구경도 했다.

사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오늘 라데팡스에 도착할 때부터 비가 온다고 되어 있어 매우 걱정하고 있었지만, 개선문 전망대에 있을 때 만큼은 구름이 걷힌 좋은 날씨여서 너무 운이 좋았다.

그리고 개선문을 내려와 그 축선 상에 위치한 유명한 거리인 상젤리제 거리도 걸었다. 예상대로 엄청난 명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인도는 매우 넓었으며, 카페의 테라스석들은 정말 운치가 있었다. 하지만 가격과 인파는 그렇게 좋지 않아서 나는 분위기만 느끼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나중에 프랑스 여행을 한다면 파리 여행이 아닌, 프랑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매우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게시자: Phronesis.ysb

건축과 도시,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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