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역에서 내리거나, 서울광장에서 덕수궁쪽, 혹은 국립정동극장을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보이는 익숙하면서도 처음보는 듯한 건물이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다. 사진처럼 1층으로만 되어 있고, 덕수궁 우측 돌담길, 국립정동극장으로 가는 가벼운 언덕길을 올라보면 건물의 천장은 테라스로, 마당으로 열려있다. 개방감은 당연하다시피 이미 당신이 이 건물을 인지하는 순간 느껴지며 건물의 전체적 분위기는 가벼움을 띤다.
이 건물의 역사는 대한제국 시절로 올라간다.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순헌귀비 엄씨의 사당인 덕안궁이 있던 자리였지만, 일제강점기 때인 1937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체신사업회관의 청사가 들어섰고, 광복 이후 1978년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015년, 서울시는 별관을 허물고 광복 70주년을 기려 공공공간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지었다.
역사 출처: https://sca.seoul.go.kr/seoulhour/site/urbanArch/content/information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설계 공모 결과,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Terminal 7 Architects, 조경찬 소장)의 ‘서울 연대기(Seoul Chronicle)’가 당선되었다. 당선안은 1층의 높이를 덕수궁 돌담 높이에 맞추어 역사적 터의 연속과 서울시청 건너 새로운 광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해볼 설계안이었다. 물론 테라스에 대한 설계안은 뒤편 주차장을 녹지로 바꾸고 이를 전시관 테라스까지 연장해 대지에서 들어 올려진 자연스런 도시 플랫폼을 계획하였으나 시공 결과 뒤편의 주차장은 보존되어 이상과 달리 건축물의 연속성이 단절된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자연스레 테라스로 연결되는 동선, 즉 가로와의 건축물 간의 엮어짐은 제도상의 한계로 실현되지 못한 것일까 생각이 든다. 도로로 인한 건축물들의 개별성 강화는 도시의 관점과 공공 건축물의 관점에서 원하지 않는 케이스라고 판단된다. <SUPERGROUND, UNDERGROUMD : Seoul new groundscapes>라는 도서에는 가로와 건축의 경계부 해체를 이루는, 도시의 레이어를 추가하는 흥미로운 실험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제일 비판적인 자세는 결국 제도를 향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조경찬 건축가는 최대한 유리를 많이 사용하여 다양한 열린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실제로 외관에서부터 지하 3층(비움홀)까지, 내부도 유리를 사용해 실제로 가보면 공간의 내부 구조를 단순하게 파악하기란 어렵다. 1층에서 지하 1층 매표소로 내려가는 계단의 공간은 내, 외부의 연결 통로로 자연스레 전시관으로 입장하게 만든다. 생각보다 많은 계단들은 관람자에게 내려간다는 행위에 집중하게 하여 매표소에 도착하면 어느새 외부에서 특징이 잘 안보이던 전시관이 이제야 그 건축물의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지하 1층에서는 좌측으로 지하 2층과 3층으로 갈 수 있는데, 내려가려는 찰나 유리벽으로 된 방의 내부가 보여 순간 여기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

지하 1, 2, 3층의 각 전시 공간은 위 사진의 계단과 인포메이션 데스크 공간에서 나뉘어진다. 투명한 공간 때문에 순환형 전시 공간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독립성을 가진 채 3 가지 성격의 전시가 가능하다. 지하 3층 비움홀은 제일 넓은 공간으로 그곳으로 가서 천장을 보면 그 전시 공간의 소품들과 전시용품들에 집중하기 편한 개방감을 준다. 비움홀 옆에 갤러리 3이라고 또 있어서, 넓지만 복잡한 그 밀도 높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하 2층은 순환형으로 되어 있는 전시 공간이었다. 직진을 하면 도시건축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서울 라이브러리가, 우측 또는 직진해서 우측으로 돌아 나오면 다른 갤러리가 있다.

서울 라이브러리로 진입하는 통로에는 9월 1일 ~ 10월 29일에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경복궁 옆 열린송현녹지공간에서 개최된다고 짧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https://seoulbiennale.org/2023/overview
주제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위 링크에 잘 나와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서울 라이브러리 옆 갤러리에도 전시가 열린다. 이번 주제는 ‘산’과 ‘강’이라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특징적인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 생산 가능성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 외곽의 둘레길과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완화된 규제를 통해 산림자원과 서울 생활권에 속한 시민들의 산과 공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실천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어 많은 참고가 되었고, 강도 마찬가지로 한강을 포함한 5개의 천을 중심으로 수변과 도심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분석도 깔끔하고 좋았다.
도로, 강, 산 등 사람의 정착은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한 곳이라 해도 이동성을 강화할 수는 있다. 그 이동성은 앞으로 축소 사회를 맞이할 우리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그 방안에 대해 탐구는 필연적이다.
지하 1층 인포메이션 데스크 쪽으로 우측으로 돌아가다보면, 처음에 말했던 지하 2,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유리벽으로 분리된 공간 내부로 이어진다. 내가 갔을 때는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상작들 중 관심있게 본 것은 힐튼 호텔, 신길중학교, 어반 하이브 빌딩 등이었다.

그리고 지하 2층과 같이 지하 1층 공간도 순환형이지만, 지하 1층과 1층 카페와 연결되는 통로로 순환되는 공간이다. 즉 지하 1층 전시 관람 후 카페 내부로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전시 관람의 서사적인 동선은 아니더라도 환기가 되는, 연결부였다.
이렇게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관람은 끝이 났다. 외관의 특징점이 없어서 그런가, 아님 프로그램 자체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생활과 괴리가 있어서일까. 이용객은 사실 상 건축/도시 관련 일/학업을 하는 이들뿐인 것 같았다. 동시에 이 장소를 알게 된 계기도 내가 관련 학업을 한다는, 동일한 이유였던지라, 아쉽다고 말하기도 뭐한, 비판은 커녕 감사해야 할 듯 한 장소였다.
이런 좋은 장소에 대한 나의 해결책은, 공유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없는 듯 싶다. 이런 소개글임과 동시에 일기처럼. 다시 정리를 해 보며 이 장소에 애정을 잠시 느껴본다.
“건축은 프로그램을 통해 배경으로 후퇴함으로써 경험을 조성할 수 있다.”-<가다머, Thinkers for Architec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