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저자사항 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 지은이: 벤 윌슨 ; 옮긴이: 박수철
Wilson, Ben[1980-] 박수철
형태사항667 p. : 천연색삽화, 지도 ; 24 cm
주기사항원저자명: Ben Wilson
감수: 박진빈
원표제: Metropolis : a history of the city, humankind’s greatest invention
영어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
표준번호/부호ISBN 9791164842254 03900: ₩27000
분류기호한국십진분류법-> 331.4709 듀이십진분류법-> 307.7609
주제명도시 사회학[都市社會學] 도시(도회지)[都市] 역사[歷史]
<목차>
머리말 대도시의 세기
한국어판 서문
세계 지도
1장 도시의 여명
우루크, 기원전 4000~1900년
2장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
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 2000~539년
3장 국제 도시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507~30년
4장 목욕탕 속의 쾌락
로마, 기원전 30년~서기 537년
5장 다채로운 식도락의 향연
바그다드, 537~1258년
6장 전쟁으로 일군 자유
뤼벡, 1226~1491년
7장 상업과 교역의 심장
리스본, 믈라카, 테노치티틀란, 암스테르담
1492~1666년
8장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
런던, 1666~1820년
9장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
맨체스터와 시카고, 1830~1914년
10장 파리 증후군
파리, 1830~1914년
11장 마천루가 드리운 그림자
뉴욕, 1899~1939년
12장 섬멸
바르샤바 1939~1945년
13장 교외로 범람하는 욕망
로스앤젤레스, 1945~1999년
14장 역동성으로 꿈틀대는 미래 도시
라고스, 1999~2020년
감사의 말
미주
색인
<머리말 대도시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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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시들이 커다란 생산공장을 유치하거나 국제 무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고 애썼다면 오늘날의 도시들은 고급두뇌를 두고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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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여러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분열은, 세대나 인종, 계급, 도농 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와 나머지 지역 즉 세계화된 지식경제에서 뒤처진 촌락, 교외, 소도시들 간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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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유행병이 만연하는 상황인데도 도시 인구의 증가세는 꺾일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밀도 때문에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우리는 도시의 혜택을 누리려고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18
이 책에서 내가 바라보는 도시는 권력과 유익의 장소임과 동시에 거주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터전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스>는 웅장한 건물이나 도시계획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주제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시 사람들이 도시 생활의 압력에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발견한 방법에 대한 것이다. 건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건축환경과 인간 간의 상호작용이 바로 도시 생활의 핵심이자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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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과 도시계획가들은 현대의 대도시들이 지식경제 분야에서 빛나는 성공을 거두는 데 기여한 ‘집적효과’를 높이 평가한다.
1장 도시의 여명
우루크, 기원전 4000~19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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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는 ‘도시’의 대명사다. 우르크는 세계 최초의 도시였고 100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심으로 군림했다. 살마들이 몰려들어 방대한 공동체를 이루자 상황이 급변했다. 우르크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 체계를 선구적으로 확립했고, 전혀 새로운 의식주 양식과 사고방식을 경험했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둑 위에 생겨난 도시라는 별명은 인류사에 있어 멈출 수 없는 새 힘으로 용솟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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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신성한 특권
도시는 결코 단순히 건물들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가 다른 정착지들과 구분되는 점은, 도시의 물리적 톡성이라기보다 도시가 촉진하는 인간 활동이다.
53
도시 사람들은 시골 사람들보다 기분장애와 불안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범죄, 질병, 죽음, 우울감, 신체적 노화, 빈곤, 인구과밀 따위를 감안할 때 도시는 괴로운 곳이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곳인 셈이다.
8장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
런던, 1666~18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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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도심의 최신 커피숍들은 젠트리피케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확실한 예고편이다.
-‘도시적 예의’의 중심이 된 커피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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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점에는 자리가 나면 앉아야 했다. 옆에 누가 있든 간에 앉아야 했다. 귀족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특별석은 없었다. 새뮤얼 버틀러에 따르면 “커피점은 온갖 지위와 신분의 사람들이 외국 음료와 뉴스, 맥주와 담배를 즐기며 토론하는 곳”이었다.
333
우리는 17세기 말엽의 런던에서 벌어진 금융과 과학, 예술을 둘러싼 지식의 향연을 통해 도시 사람들이 우발적 모임과 우연한 만남 그리고 정보 교환의 기회를 극대화한 방식을 매우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교와 여가를 위한 장소가 많았기 때문에 도시는 유래없는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공식적 정보 교환과 사교라는 관행을 갖춘 커피점은 새로 형성된 도시적 예의의 구체적 사례였다.
-무명도시를 세계적 도시로 이끈 공손함과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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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은 예의를 통해 더 원활해졌다. 예의가 혼잡한 도시 환경에 둘러싸인 낯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 윤활유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공손한 신사>라는 책의 저자는 “대화를 나누면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무난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어느 작가는 예의의 참된 목표가 “교제와 대화를 원활하고 무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시에 등장한 대중오락 열풍
-공손한 도시 런던의 이면
345
런던은 공손함이 물리적, 도덕적 더러움과 공존하는 장소였다.
346
런던에서는 가난하고 비참한 형편에 놓인 살마들이 풍족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구역들로 이뤄진 복잡한 모자이크 같은 런던은 요란스럽고 뒤죽박죽인 도시였다. 거칠고 약삭빠른 도시에 ‘공손함’이 넘쳐흐르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예의는 런던 곳곳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18세기는 도시적 사교성의 황금시대였다.
348
런던은 쾌락의 온상이었다.
349
남성들에게 허용된 사회적 기회는 여성들에게 확대되지 않았다.
350
그렇다고 여성들이 공공장소를 피한 채 사생활이 보장되는 집에 머물렀다고만 볼 수는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런던의 부유한 여성들이 유럽의 다른 도시들의 그런 여자들에 비해 무척 폭넓은 자유를 누리는 점에 주목했다.
-상업화된 도시가 잃어버린 것
353
커피점 특유의 비공식적 성격은 엄격한 규제와 통제로 무장한 금융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354
런던이 교외로 확장되자 인구가 채 100만명이 되지 않고 걸어 다닐 만했던 18세기의 매력적이고 흥겨웠던 도시는 사라지고 말았다.
커피점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자 친목적인 분위기가 퇴색하고 사교, 문학, 과학, 사업 분야에서 배타성이 짙어졌다. 공공장소에서 사교가 차지했던 자리에 분할화와 제도화, 교외화가 밀치고 들어왔다. 커피점이 사라졌을 때 런던은 세계 최강의 도시이자 상업 대도시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헨리 제임스가 19세기 말엽에 썼듯이, 런던은 “강렬한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파리의 카페에서 감도는 경박함과 흥겨움은 영리에 민감하고 계급을 의식하는 제국의 대도시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미 세상은 변해 있었다.
9장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
맨체스터와 시카고, 1830~19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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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는 … 전 세계적 산업화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었다. 맨체스터에 즐비한 공장들의 모습은 인류의 미래를 예고했다. 드 토크빌은 “여기서 인류는 가장 완벽한 발전과 가장 미개한 것을 이룬다. 문명은 기적을 일으키고, 문명화된 인간은 야만인으로 되돌아가다시피 한다.”
-지상의 지옥, 빈민가의 등장
363
첫 번째 도시 혁명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 두 번째 도시 혁명은 18세기 말엽에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맹렬한 기세로 영국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됐다.
시카고의 허세와 참신함, 근대성은 여느 도시와는 전혀 다른 요소, 1880년대에 평원 위로 솟구친 마천루들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 마천루는 자본주의적 위업과 기술적 승리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364
맨체스터와 시카고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 대상으로 각광을 받았다.
365
참고 책 : 앵겔스의 <잉글랜드 노동계급의 상황 Die Lage der arbeitenden Klasse in England>, “자본주의와 산업시대의 섬뜩한 미래”로 일컬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일별하는 책.
367
세계적인 정육업 중심지인 ‘돼지고기 도시’로 부상할 무렵, 시카고에서는 매년 도살된 가축 300만 마리의 내장과 피 때문에 위생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오염이 심해졌다.
368
영국 농촌 지역의 경우 전체 유아의 32퍼센트가 생후 5년에 이르기 전에 사망했고, 기대수명이 약 40세였다. 한편 맨체스터와 시카고의 경우에는 생후 5년 전의 유아 사망률이 6퍼센트였고, 기대수명이 26세에 불과했다. … 19세기 중반의 산업도시들보다 사망률이 높은 곳은 없었다.
369
도시 공동체의 파편화 현상과 하나의 도시가 계급 기반의 주거 구역들로 서로 엄격하게 차단되는 현상으로 인해 상황은 한층 더 악화했다.
374
맨체스터 같은 도시가 상업 중심지, 컴컴한 빈민가, 중산층이 모여 사는 교외 등으로 나뉘는 공간적 분리 현상은, 무산계급과 유산계급 간의 좁힐 수 없는 심연뿐 아니라 향후 계급 간 폭력 투쟁을 품게 될 도시 풍경에 뚜렷이 새겨진 물리적 증거였다.
엥겔스가 썼듯이, 시카고가 맨체스터 같은 거대한 검댕투성이에서 발달한 근대적 도시 생활은 “무산계급을 나름의 생활 방식과 생각, 특유의 사회적 전망을 지닌 탄탄한 집단으로 결속시키는 데” 보탬이 되었다.
-도시는 곧 자유
375
혼란스럽고 위험하고 비참해 보이는 비공식 정착촌은 인류가 지금까지 써 내려온 도시적 서사시의 가장 부정적인 부작용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희망도 피어난다. 주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맨손으로 세운 비공식 정착촌은 오물과 오염원 사이에서도 최고의 인간애를 보여주는 복잡하고 자립적인 사회구성체다. ‘빈민가’는 경멸어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비공식 정착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는 ‘빈민가’라는 단어에서 좌절감보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많다.
기반시설이 부실하고 부족한 빈민가의 주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임시변통에 능하고 억센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빈민가는 놀라운 에너지와 창업가 정신이 꿈틀대는 장소가 되었다. 아시아 최대의 빈민가 중 하나로 꼽히는 뭄바이의 다라비는 내부경제 규모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 다라비에는 옷과 가죽을 만드는 소규모 작업장, 쓰레기 수거업체, 미세물질 재활용업체 같은 1만 5000개의 단칸방 공장과 5000개의 소기업이 있다.
377
농촌의 가난은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이자 오늘날 도시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1991년, 세계 인구의 44퍼센트가 농업에 종사했다. 오늘날, 농촌 인구의 비중은 28퍼센트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도시는 물질적 헤택을 누릴 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을 느끼고 개인적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맨체스터와 시카고의 많은 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일종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도시를 비판했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결코 포착하지 못한 점이었다. 그 당시 비평가들은 어둠과 지저분함에 매몰된 나머지 근대적 산업 대도시에서 공동체가 재구성되는 방식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특유의 혐오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엥겔스는 도시의 빈민가가 ‘농촌의 행복한 무기력에서 해방된 공간’을 의미하며 정치적 각성에 필수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379
윌리엄 앳킨은 어릴 적에 맨체스터의 공장에서 일하며 초기 공장제도의 소름 끼치는 잔인함을 목격했다. 그런데 앳킨의 삶에는 단순히 비참함과 피해의식으로 점철된 것과는 무척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물론 산업화로 인해 고난이 초래되었지만 동시에 “경탄할 만한 진전”도 있었다. 특히 산업 도시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단합하는 과정이 그랬다. 논의와 협동을 통해 노동자들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실용적 방법을 찾았다. 그들은 영국에서 하나의 문화적, 정치적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노동계급은 수동적 희생자들이 아니었다. 앳킨에 의하면 노동자들은 “자유의 아들들”이었고, 그것은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대도시에서 생활한 덕분에 맞이한 결과였다.
384
맨체스터는 노동계급이 오래전부터 저항과 파업, 대규모 시위와 집단행동에 몰두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였다.
387
애덤스가 <아이들의 정신과 도시의 압박>에서 주장했듯이,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생기를 잃어갔다. 도시가 아이들을 올바르게 대우하기 위해서는 뛰어놀고 운동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했다. 애덤스가 보기에 불행히도 ‘사람들을 떼어놓는 장치들이 가득한 근대적 도시 공동체 속 모든 계급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공공 오락의 힘’은 뛰어 놀고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산업도시의 혼란이 심은 변화의 씨앗
389
노동자들과 여성들과 이주자들은 가혹한 격변의 시대를 보내면서도 새로운 공공 제도와 시민적 태도를 확립했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그렇게 했다.
391
미국에서 일요일에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등장한 현상은 일요일을 음주와 휴식, 기분전환의 날로 여기는 청교도적인 영국계 미국인의 문화가 이주자 출신 하층민들의 구매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평가되었다.
393
대형경기장들은 세계 각국 도시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축구, 미식축구, 야구, 농구, 럭비, 크리켓, 하키 같은 여러 스포츠 종목의 팀을 응원하는 것은 도시적 공동체 의식의 중요한 특징이다.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소음을 내는 습관이 있는 수만 명의 관중들은 소중한 전통이 새겨져 있고 정서가 녹아 있으며 외부와 차단된 둥근 경기장에서 서로 친밀감을 다진다.
역사와 민간전승에서 기원한 스포츠는 현대의 대도시 사람들을 가장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힘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 특히 노동계급 남성들이 20세기 내내 도시에서 맞이한 핵심적인 도시 체험이었다.
394
20세기 말엽까지 대도시는 노동계급과 이민자의 도시이자 교외, 최고급 주택지대, 업무지구 등에서의 생활방식과 뚜렷이 다른 도시적 생활방식을 지닌 장소였다. 대중적 어법에서 ‘도시적’이라는 표현은 도시의 지리적 중심 근처에 있지만 권력과 부에서 멀리 떨어진, 척박한 생활방식의 일부분을 의미했다.
396
작가, 시인, 예술가들이 도시를 조명하며 던지는 실마리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종류의 도시가 만들어지는 데 보탬이 되었다. 특히 지난 300년 동안 영국 문화와 미국 문화에서 크게 드러난 도시 생활을 둘러싼 뿌리 깊은 적대감은, 열광적인 도시화 시기에 탄생한 도시들이 잘못 계획되고 미숙하게 운영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반증이다. 언제나 어둠이 빛을 이겼다. 예나 지금이나 빈민가는 자립과 자기조직화, 공동체와 혁신의 장소가 아니라 악몽과 사회적 붕괴의 장소다. 이 책에서 소개해온 사회관계망과 정치 활동,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불행의 찌꺼기 더미 아래 묻혀 있는 것이다.
397
맨체스터와 시카고 같은 충격 도시들에 대한 해결책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두각을 나타낸 도시인 파리와 뉴욕에서 그 물리적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10장 파리 증후군
파리, 1830~1914년
-파리 증후군의 치료제, 플라느리
403
파리의 진정한 자랑거리는 물리적 외형이 아니라 파리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극장 같은 거리의 연극적 요소에 힘입어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이자 관광객들에게 성배와 같은 곳이 되었다. 파리에 사는 어느 익명의 영국인은 거리를 걸을 때 기분이 들뜬다고 썼다. “움직임과 삶의 반사광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삶의 전반적 강도라는 측면에서 파리에 견줄 만한 곳은 없다.”
404
파리에서는 도시 생활을 구경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바도라는 단어가 쓰였다. 바도는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거닐며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즐기는 ‘구경꾼’이었다.
‘바도’라는 단어에는 파리 사람들이 거리에 대해 취하는 태도가 집약되어 있다. 그런데 근대적 도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용어, 플라뇌르(‘한가로이 거니는 사람’이라는 뜻)도 이곳에서 생겨난 단어다.
405
1842년, 오귀스트 들라크루아는 “플라뇌르가 미식가라면 바도는 대식가일 것이다”라고 썼다. 플라뇌르를 영어로 정확하게 번역할 수 없다. 바도는 도시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사람인 반면 플라뇌르는 예리한 품평가, 즉 도시의 인파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동떨어진 채 도시를 탐색하는 은밀하고 초연한 관찰자였다. 발자크는 플라르니(flanerie: 한가로이 거닐기)를 ‘시각적 미식주의’로 묘사했다. 샤를 보들레는 이렇게 썼다. “완벽한 플라뇌르, 열정적 구경꾼은 인파의 한가운데에, 움직임의 썰물과 밀물 속에, 일시적인 것과 무한한 것에 둘러싸인 곳에 머물며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406
초연한 관찰자로 변신함으로써 도시 생활의 불협화음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행동인 것이다. 플라뇌르를 영어로 설명한 어느 글에서 그 도시 방랑자를 바로 얼마 전에 발명된 사진술에 비유한 표현을 보았다. “도시 방랑자의 마음은 느낄 수 있는 모든 인상을 맞이할 준비를 갖춘, 텅 빈 감광판 같다.”
초연한 플라뇌르의 습관인 셈이다. 수전 손택은 이렇게 썼다. “사진사는 도시의 지옥을 고독하게 걸어 다니고, 살피고, 찾아다니고, 돌아다니는 사람의 확장판, 즉 도시의 극심한 육감적 풍경을 찾아내는 관음적 방랑자다.”
-관광 명소로 되살아난 파리
407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파리는 1850년대의 산물이자 근대의 가장 위대한 도시계획가인 조르주외젠 오스만의 작품이다. 그 무렵 파리의 순환계는 꽉 막혀 있었다.
-> 도시 대참사는 파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나폴레옹 3세는 대통령 임기 만료 시점을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유지했다. 몇 달 뒤 그는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파리는 프랑스의 심장이오. 이 위대한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도록 노력합시다. 새로운 거리를 만들고, 공기와 빛이 부족한 노동계급의 주거지를 더 건강한 곳으로 만들고, 이로운 햇빛이 우리 성벽 안의 모든 곳에 닿도록 합시다.”
408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파리는 나폴레옹 3세의 제왕적 권력과 오스만의 치밀한 두뇌의 산물이었다.
409
건물과 양식과 시대가 병치된 어수선함(도시의 중요한 특징이다)은 오스만이 좋아한 기하학적 거리, 그러니까 파리 고유의 황색 석회석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획일적으로 늘어서 있는 거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410
오스만은 파리라는 도시를 동맥과 정맥, 기관과 폐로 구성된 인체로 여겼다. 그가 볼 때 파리에는 장기도 있었다.
411
달리 말하면 그는 인체의 여러 부위를 서로 이어주는 결합조직보다는 동맥과 기관에 더 관심이 많았다.
414
중심부가 주거 구역이나 업무지구라기보다 관광용 테마 공원처럼 보이는 도시들이 많다.
현지 주민들이 차츰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은 확실히 현대 대도시들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중요한 힘 중 하나다.
-새로운 파리와 도시 생활의 쓸쓸함
415
오스만이 파리를 서둘러 개조하는 동안 35만 명의 파리 사람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역사적으로 평상시에 그토록 재빨리 변신한 도시는 없었다. 옛 파리는 패배했고,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새로운 화신에게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빅토르 위고는 “인파로 붐비고 자유롭게 뻗은 고풍스러운 거리는 이제 없다. 뜻밖의 변덕스러움은 이제 없다. 굽이치는 교차로는 이제 없다”라고 한탄했다.
418
빈센트 반 고흐의 <파리의 변두리들>. 파리라는 대도시의 가장자리 땅인 ‘빌어먹을 시골’로 쫓겨난 빈민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419
인상파 화가들의 붓놀림은 연달아 쏟아지는 감각 자료의 공격에 시달리는 도시 사람의 급속한 안구 운동이다. 오스만이 개조한 파리의 화가들, 마네, 드가, 르누아르, 카유보트, 모네는 그 근대 도시의 신경계와 전기적으로 직접 연결된다. … 플라뇌르처럼 인파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동떨어진 채, 초연한 관찰자로서 그림을 그렸다.
422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대도시와 정신생활>이라는 논문에서 “무감각한 태도만큼 절대적으로 도시에 국한된 정신 현상은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지멜은 근대의 도시적 인성이 부분적으로 ‘내외적 자극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변화’에 의해 형성된다고 여겼다. 쏟아지는 모든 정보를 다뤄야 한다면 “우리는 내면적으로 완전히 원자화될 것이고 상상할 수 없는 정신상태에 놓일 것이다.”
423
대도시의 전반적인 정신적 특성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힘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인간적 요소를 없애버리는, 화폐경제와 고도의 분업이었다. 화폐경제와 고도의 분업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전통적 유대관계를 훼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도시 거주자는 ‘대도시의 지배적 위치에 맞서 내면의 삶을 지킬 보호막’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방인>_ 짐멜
에서 짐멜은 냉담함이라는 개념을 더 상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냉담함은 도시 생활의 본질을 이루는, 동시적 근접성과 원격성에서 비롯되었다. ‘근접성’은 도시 생활의 밀실공포증 때문에, ‘원격성’은 익명의 이방인들 때문에 생겼다.
-자유롭게 도시를 걷는다는 것
430
버지니아 울프에 따르면, 거리에 홀로 뛰어들 때 우리는 “지인들이 우리를 식별하는 수단인 우리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익명의 도보 여행자들로 이뤄진 대규모 공화국군의 일원으로 변모한다.”
432
도시의 주관적 지형을 구축하는 행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6세기 이전에는 도시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틀에 박혀 있었고, 성경적 이미지를 근거로 삼는 경우가 흔했다.
437
장 보들레르에 따르면,
도시의 사회적 지층과 다채로운 지형을 누비며 도시를 차지하는 것은 남성적 행위였다.
439
도시 걸어다니기에 관한 가장 훌륭한 글 중 하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어느 겨울 초저녁에 연필을 사러 런던 거리를 걸어갔던 경험을 소재로 쓴 산문집 <런던 거리 헤매기>다.
440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신적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발견할 때 그 도시를 차지한다.
441
훌륭한 건물과 기념물은 마치 도시가 정지해 있고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도시의 진면목은 움직일 때 드러난다.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유기체를 지탱하는 힘줄과 결합조직에서 드러난다. 걸어 다니기는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무엇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걸어 다니기’는 현지인이나 방문객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11장 마천루가 드리운 그림자
뉴욕, 1899~1939년
-아시아의 마천루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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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저물어 갈 무렵, 상하이는 현지에서도 ‘제 3세계의 변방’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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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 이상의 건물이 2만 5천개 넘게 있는 상하이는 지구상에서 고층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다.
가장 근접한 경쟁 도시, 서울은 1만 7천개.
461
1980년대부터 상하이와 중국의 여러 도시들에서는 마천루와 고층건물 열풍이 불었다. 도시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2011년과 2013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20세기에 미국이 소비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콘크리트가 소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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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수직 도시라는 미래상을 만들어낸 도시인 뉴욕은 전혀 다르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맨해튼 도심의 거리는 푸동이나 싱가포르만큼 위생 처리된 상태는 아니다. 그 이유는 맨해튼 도심의 마천루들이 1920년대 호황기에 지어졌다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맨해튼에서는 물건과 사람, 활동이 21세기의 위생 처리된 마천루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층층이 쌓여 있다. 스카이라인은 조지 거슈윈의 음악만큼 요란스럽다. 질서정연하기는커녕 격동적이다. 무계획적이고 임의적이며 실험적이다.
-고층건물과 공동주택, 도시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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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시장에서 얻는 명목상 이득과 마찬가지로, 고층건물도 과감하고 새로운 도시적 이상의 표현이 아니라 무분별한 투기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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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 <마천루 영혼>의 경우처럼, <킹콩>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욕망의 대가는 죽음이다. 도시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한 킹콩의 위험한 도전은 비참한 추락으로 귀결된다.
-도시 거주자들을 짓누르는 힘과 맞서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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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웨인과 클라크 켄트는 … 고독한 남자들이다. 그들의 분신인 배트맨과 슈퍼맨은 현실 도피와 소망 실현의 상징이다. … 둘 다 군중 속에 녹아들어 익명성을 유지한다. … 두 영웅은 20세기의 도시 거주자들을 짓누르는 힘과 맞서 싸운다.
12장 섬멸
바르샤바 1939~1945년
484
현대적이고 기술적인 대도시들이 본질적으로는 취약하다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의 소중하고 복잡미묘한 생명유지장치인 동력, 식량, 용수, 교통, 행정을 훼손하면 도시는 금세 원시적 혼돈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이 물과 식량, 의료 혜택과 거처 없이 살아야 하는 생지옥을 떠올리는 데는 특별히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치가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쟁을 피하려고 했다.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2 :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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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파괴의 상처가 아무리 넓고 깊어도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는 생존할 수 있다. 도시를 말살하는 모든 방법 중에서 공중폭격은 가장 비효과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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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건물들의 처참한 모습이 손상된 사회적 결속력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수많은 도시들은 그곳 주민들에 힘입어 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도시에 깊은 애착을 느꼈다. 그들에게 도시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집 같은 곳이었다. 폭격이 끝난 뒤 사람들은 되도록 빨리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499
도쿄는 역사적으로 가장 복원력이 강한 도시 문화 중 하나를 갖고 있었다. … 됴쿄는 도시계획의 전통이 강하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다.
502
히로시마에서 드러난 도시의 복원력은 대규모의 인간 정착지에 존재하지만 흔히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엿볼 수 있는 현상이자 세계적 현상의 일부분이었다.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3 :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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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관점에서 보면, 최후의 1인까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도시는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일 것이다. 도시는 군대를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다. 도시는 군사적 야심이 묻히는 묘지다. 나폴레옹은 1812년에는 모스크바에서, 1813년에는 라이프치히에서 실패를 맛봤다. 히틀러는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에서 난관에 부딪혔고, 스탈린그라드에서 가장 심각한 걸림돌을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나는 도시
523
1945년 1월 17일에 소련군을 맞이한 바르샤바는 ‘유령 도시’였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파괴된 도시를 숱하게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처럼 잔악하게 파괴된 광경은 보지 못했다.”
527
바르샤바의 구도심은 우리가 건축환경에 대해 느끼는 경외감과 도시의 복원력을 기리는 세계 최고의 기념물 중 하나다. 밀반입한 도면 조각과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도시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법이다.
531
냉정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현대주의 건축의 통일성과 보편성은, 그리고 도시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현대주의 건축의 열망은, 도시라는 개념과 도시성에 대한 공격이었다. 질서를 향한 갈망이 도시 생활의 본질적 속성인 혼란, 혼돈, 개별성과 싸우고 있었다.
자립과 주민 조직화의 전통이 강한 도쿄에서는 재건 사업의 상당 부분이 개인들의 손에 맡겨졌다.
… 무계획적이고 점진적인 재개발 과정은 도쿄가 폐허에서 벗어나 20세기 후반기의 세계적 대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 도쿄는 다른 도시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특히 바르샤바에서는 권위주의와 온정주의 때문에 개인들과 도시의 소규모 공동체들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13장 교외로 범람하는 욕망
로스앤젤레스, 1945~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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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주택과 다차선 도로 때문에 빈곤한 도심을 에워싼 최고의 방어선이자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무너졌다. 여느 도심 구역과 마찬가지로 브롱크스의 콘크리트 슬래브 건물들은 조직폭력과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버만은 여전히 동네를 사랑하는 고향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했다. “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자 공동체 중 하나에 속해 있다. 아직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큰 범죄의 희생자들이다. 이제 그 범죄에 이름을 붙이자. 도시살해urbicide 어떤가? “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 형태 가운데 하나인 힙합은 1970년대의 브롱크스의 악몽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537
힙합은 후기산업사회의 도심에 갇힌 채 소외감을 느끼는 흑인 청년들의 목소리로 출발했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창의적인 가사로 풀어낸 힙합은 도시 환경의 냉혹함에 대한 격렬한 반응일 뿐 아니라 범죄자와 마약중독자로 청춘을 보내 버린 살마들에 대한 뼈아픈 반론이기도 했다. 힙합은 그런 살마들이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이끄는 매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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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소음과 느낌에 뿌리를 둔 힙합에는 장소의 특이성이 깃들어 있다. 힙합에는 다양하고 포괄적인 재담과 비속어, 터무니없는 자랑, 상상의 비약, 사회적 행동주의, 항의 등도 담겨 있다. 다양한 형식과 결합된 특정 지역이나 장소와의 긴밀한 연관성은 힙합이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문화 운동의 반열에 오르는 데 보탬이 되었다.
-교외의 이상향으로 떠오른 레이크우드
541
대량생산된 주택들이 대형 쇼핑몰과 결부되는 형태는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와 미국 각지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모방되었다. … 당시 미국 문명은 도시의 공공 생활이 아니라 개별 가정의 사적 영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었다.
-탈중심적 도시로 새롭게 개발된 로스앤젤레스
544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다. 그것은 끝이나 한계가 없어 보이는 듯한 고속도로로 연결된, 도시와 대규모 주거 구역과 산업지대와 쇼핑몰과 사무단지와 유통센터로 구성된 하나의 집합체다.
545
세계 경제의 원동력은 이제 더 이상 도시들이 아니라 수많은 대도시 지역이 결합한 29개의 거대도시권역들이다. 이 광역도시권들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창출한다.
546
로스앤젤레스는 집중화 위주의 전통적인 도시와 달리 이동성을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은 중심을 먹여 살리는 교외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로 뭉치기 시작하는, 서로 연관된 도시들의 모자이크
557
정부 정책의 의도는 분명히 사람들을 도심으로부터 교외로 이동시키려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미국이 누린 막대한 부는 자동차형 교외(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 점이 그 발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 공동체)의 성장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 투자되었다.
563
현대의 도시주의를 이해하고 오늘날 대도시가 발전하는 방식을 파악하려면 도심의 박물관이나 관광명소를 벗어나 신비에 둘러싸인 변두리로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도시와 교외가 진정 반영하고 있는 것
571
레이크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겪은 극심한 부침 현상 즉 호황, 불황, 탈산업화, 다변화, 흐릿해지는 교외적 이상주의를 반영하는 곳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도시적 지형은 지정학과 세계화 같은 외부 자극에 스스로 적응하며 진화하는 유기체 같다. 또는 밀물과 썰물로 해안선의 모양이 끊임없이 바뀌는 거대한 해변 같기도 하다. 밀물과 썰물의 강력한 위력은 교외의 풍경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구세계의 탈산업화, 소련의 해체, 아시아의 성장 같은 현상의 결과를 교외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팽창하는 대도시들
585
로스앤젤레스의 역사는 그동안 도시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식으로 지속적인 변형의 단계를 밟고 있는지를 둘러싼 역사다.
588
넓은 토지와 공간을 지향하는 교외 생활에 대한 욕구는 전 세계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20세기의 마지막 20년 동안 영국에서 인구는 미미하게 증가한 반면 건축환경은 2배로 늘어났다. 그 20년은 온갖 종류의 도시 팽창 현상이 일어난 시기였다.
588
교외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승리를 축하하기에 적합한 기념물이다. 교외의 거침없는 팽창성에는 우리의 모든 욕망을 충족시키고 무한한 성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맹렬한 소비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교외의 그 같은 팽창성 때문에 자연환경은 통제 가능한 인공적 환경으로 변모한다.
14장 역동성으로 꿈틀대는 미래 도시
라고스, 1999~2020년
594
도시는 포식자들로 가득하다. 도시는 적응하고 번창할 준비가 된 거친 자들에 적합한 환경이다. 그들은 시골보다 도시에서 훨씬 더 번성한다. 그러나 도시 생활을 통해 강자들은 길들여지고, 약자들은 피난처를 구해 살아남기도 한다.
601
아주 최근까지 우리는 도시와 농촌을 서로 명확히 구분되고 공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바라봤다. 어쨌든 농촌은 많았고, 도시는 많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도시적 요소는 흔히 자연적 요소의 적으로, 농촌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파괴적 힘으로 치부되었다. 대규모 도시화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의 충격은 우리의 심리적 지각을 바꿔놓았다. 알고 보니 도시가 자연 위에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602
우리는 도시들이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지탱한다는 사실과 그런 생태 환경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시에 이제 막 눈을 뜨고 있을 뿐이다. … 사실, 최근 도시에서 일어난 동식물 진화의 역사를 통해서는 지구 생물다양성의 미래뿐 아니라 도시 자체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603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었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하천이 복원되었다. 서울 심장부에 위차한 이 녹색 오아시스는 도심의 자동차 운행을 억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의 현장이다.
605
‘수목경제학’ treeconomics
606
우리는 자연을 돈으로 환산해야 그 가치를 깨닫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도시가 도시의 생태 환경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없다.
-기후 변화와의 생존을 건 싸움
612
효율성과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대도시 내부의 인간 활동에 대한 감시는 확실히 21세기 도시 생활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다.
612
불안정한 오늘날의 세계에서, 비교적 오래된 도시들이 도시화를 거치며 저지른 실수를 답습하지 않는 것이 다른 도시들, 특히 생물다양성 고밀도지역에 속한 도시들의 시급한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 혁명의 조건 : 독창성, 역동성, 자발성
616
무척 크고, 가늠하기 힘들고, 시끄럽고, 더럽고, 혼란스럽고, 사람들로 북적대고, 활발히 움직이고, 위험한 라고스는 현대 도시화의 가장 부정적인 특색들을 대변하는 곳이다.
어쨌든, 라고스와 개발도상국의 다른 거대도시들에서 벌어지는 일은 중요하다. 그 도시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인구 집중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들은 모든 것을 한계로 밀어붙인다. 예를 들면 기후 불안정성의 시대를 보내는 인간의 지속가능성과 인내심도 그 도시들에서는 한게에 이를 수밖에 없다.
618
라고스 거리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뜨거운 욕망은 도시의 냉혹함과 도시의 병적인 에너지의 압력에 대한 반응이자 그 냉혹함과 병적인 에너지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짓임에 틀림없다.
620
20세기의 막바지에는 기존의 도시 형태가 소멸하거나 쇠퇴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사실, 교외화로 인해 도시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앞으로 인터넷에 의해 그 과정이 완료될 것이고, 물리적 근접성의 필요성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계적 차원의 금융과 지식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병렬 혁명의 여파로 돈과 자산, 발상, 재능, 권력이 분산되기는커녕 오히려 몇몇 세계적 대도시들에 집중되었다.
640
도쿄는 서양인들에게 무질서하고 난잡스러운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쿄는 ‘비공식적’ 혹은 유기적 도시화가 가장 성공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도쿄에서는 거리에 생동감과 진화의 느낌을 불어넣는 주거 공간, 업무 공간, 상업 공간, 산업 공간, 소매 공간, 외식 공간 등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도쿄의 비공식적이고 비계획적인 여러 동네들은 ,권위있는 기본계획 입안자들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 관리하는 곳으로 남아 있었다. 도쿄는 경제적, 사회적, 주거적 기능이 뒤섞여 있고, 서로 연결된 자급자족형 마을들이 한데 모인 도시 같다.
642
도시를 영구불변의 장소로 여기는 서양의 관점과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건물의 수명이 짧다. 그 결과 일본의 도시들은 신진대사로 비유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 과정이 활발히 이뤄진다.
-우리는 도시 종족이다
647
제3천년기에 접어든 지금, 점점 상승하는 기온과 예측을 불허하는 폭풍으로 인해 도시들은 이미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시들은 눈에 띄게 푸르러지고 있고,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신도시운동 진영은 자동차 의존적인 도시 팽창 현상에 맞서기 위해서 도시와 교외를 더 조밀하고, 보행자와 자전거에 친화적인 경제적 다양성을 갖춘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녹색 운동 진영은 도시를 적이 아닌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648
앞으로 도시는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변화는 이상론이 아니라 필요의 산물일 거싱다. 도시는 복원력이 있다. 적응력을 갖춘 체계이기도 하다.
652
인간은 독자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즉흥적으로 질서를 확립하는 데 무척 능숙하다. 난잡한 도시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런 도시에 인위적 일관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야기는 번쩍거리는 세계적 도시들에서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디지털식 해답을 모색하는 기술형 관료들이나 고고한 위치에서 도시를 개조하는 기본계획 입안자들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개발도상국들의 거대도시들과 급성장 중인 대도시들에 거주하는 수십억 명의 직접 체험을 통해 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