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 비는 예상대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추운 비바람도 아닌, 도시를 한층 더 선명하게 해줄 뿐인, 그런 비가 오고 있었다. 가져온 우산을 피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처럼 인파에 함께해 철도에 몸을 실었다.

하라주쿠 역 부근에서 내려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요요기 국립 경기장. 유선형의 지붕은 빗물로 하여금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지 신궁 입구로 알고 있는 부근, 하라주쿠 역에 도착했다. 저 거대한 출입구와 울창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저 나무들을 경계로 안쪽은 신성한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은행잎들은 비에 맞아 더욱 진한 노랑색을 발하고 있었다. 위 사진 옆에는 기차들이 쉴 새없이 지나가는데, 그 소리와 진동이 더해져 이 거리를 걸으면 생생한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타케시타 거리를 지나, 도큐 플라자로 향했다. 6층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었다. 자연스레 들어갔다.

스타벅스 오모테산도점에만 파는 한정 메뉴라고 해서 이거를 먹었다. 예상 외로 정말 맛있어서 당 충전을 제대로 했다. 그리고 비는 그쳤다. 이만 나는 오모테산도 역으로 철도를 타고 가서, 오모테산도 거리를 걷기로 한 바, 발걸음을 옮겼다.


대칭적인 가로수들로 뻗어나가는 오모테산도 거리. 육교 위에서 촬영한, 매우 질서를 잡은 사진이다. 이 나무들은 밤이 되면 흰색 빛으로 거리를 밝힌다. 이 육교는 그 찬란한 나무들의 연속을 보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겠지. 하지만 밤에는 안전 상의 이유로 폐쇄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있는데, 이런 육교를 리모델링해서, 넓은 육교를 만들어 밤에도 많은 인파가 이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기 스모킹룸 표시가 보이는가? 담배꽁초 픽토그램 말이다. 일본 와서 색다르게 느낀 것은, 특색 있는 스모킹룸인 것이다. 담배도 기호상품의 일종으로, 그 흡연 공간이 너무나도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이러한 작지만 개성있는 공간이 있다면, 흡연자들의 밀집은 물론 행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남을 것 같다. 야외 스모킹 ‘룸’이 아닌 진짜 스모킹 룸으로.

그리고 나는 지인이 추천해준 <레드락 하라주쿠점>으로 가서, 로스트 비프동을 점심으로 해결했다. 이 정도면 만족했다. 그리고 나는 일찍 시부야로 향했다.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시부야의 그 밀도 높은, 더 선명할 도심을 기대하며 빠르게 갔다.

시부야역에 하차한 뒤, ‘하치코 동상 출구’라고 적혀있는 안내문을 따라 쭉 갔다. 그리고 나에게 보인 풍경은 그토록 많이 보았고, 그렇게나 가보고 싶던 시부야 스크램블이었다. 넓은 횡단보도, 그에 비례한 행인들, 그리고 우산으로 하여금 더욱 밀집한 듯한 느낌, 광고들의 화려함, 반짝임, 선명함. 진정한 대도시임을 나는 상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복잡함. 나는 이 어지러울 수 있는 복잡함. 쉴 새 없음. 에너지틱한 공간을 찾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과장했는가? 생각이 나는 대로 적고 있다. 그 횡단보도를 나도 건너 보고, 다시 건너 보고, 높은 마천루들과 행인들을 지나치고, 나는 시부야에 와 있다.

비는 다시 그치기 시작하고, 왠지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그림자는 길어지고 빛은 늘어지기 시작했다. 인파는 점점 더 많아지고, 아쉽지만 나는 오늘 저녁은 긴자에서 보낼 예정이므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긴자선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기차들의 양 덕분인지, 사람들의 분산은 많아서 널널했다.

긴자로 도착한 나는, 배도 좀 출출해서, <긴자 라이언 비어홀>로 향했다. 가던 도중 오늘 야경을 보여 줄 GINZA 6를 지나쳤다.


맥주는 시원했고 행복했다.

다 먹고 긴자6로 갈 무렵, 벌써 긴자의 밤 거리는 시작되고 있었다.


긴자 6의 전망대, ginza 6 garden에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했고, 풍경은 선명한 도쿄타워 못지 않은 긴자 주변의 마천루들이 나의 눈을 즐겁게 했다. 적당한 차량들의 밀도로 찬 도로들, 쉴새없이 제 갈 길을 가는 행인들, 자신을 제일 아름답게 발하는 광고들, 배경이 되어 주는 수많은 빌딩들의 창문에서 나오는 빛들. 저마다 목적을 갖고 있었다. 발바닥도 나에게 목적을 알려 주었다. 너무 걸어서인지 발바닥이 아파서, 오늘 일정은 이걸로 마치고, 이른 저녁 숙소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원래였으면 오모테산도 거리에서 일루미네이션을 보는 거였지만, 나중에 가 보기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긴자의 이른 저녁 거리. 날씨는 시원했지만 나의 발은 정말 무거웠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오기 전, 저녁은 해결해야 하는 지라, 편의점을 들리기로 했다.




푸딩이 정말 맛있었다…

아무쪼록 이렇게 여행 이틀 차는 끝났었다. 막상 글을 적으니, 첫 글에는 사진과 글의 비율이 대동소이 했지만, 두 번째 글부터는 사진을 더 많이 넣고, 글을 적게 하는 것도 나의 설렘을 전달하는 데 좋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우리의 눈의 속도와 스크롤을 하는 속도에는 글보다는 그림이 적합하고, 나에게도 기억의 생기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의 연속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 글들을 남김으로써 나의 기억은 보존되고, 나의 추억은 흐려지지 않은 채 간직 된다. 그리고 공유까지 함으로써 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계속해서 느낀다. 여행을 총 세번 갔다온 듯 하다. 계획을 짤 때 한 번, 실제로 여행할 때 한 번. 그리고 이렇게 정리할 때 한 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