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2] TOKYO, JAPAN

전역이 다가오고 초 겨울도 다가오던 때, 군대에서 나는 전역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을 하고, 12월 12일~16일로 항공편을 잡고 일본 도쿄로 여행 일정을 잡았다.

4박 5일, 혼자, 자유여행으로 계획을 과감히 했다. 일본 도쿄를 기점으로, 중국, 대만, 동유럽 등 여행의 범위를 넓혀 갈 계획이라고 생각하며 일본 도쿄부터 나의 진정한 첫 해외여행이라고 기대를 했다. 물론 한국과의 거리로 여행의 범위를 세우는 것은 지극히 공간 중심적이다. 그러나 이는 지리 중심적이고 다시 말해 문화의 범위, 이는 나에게 문화의 연속으로 된 여행의 확장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여행 전 걱정들의 주된 비중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그 당연한 불편함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보다 빠르게 해결이 가능한 사소한 불안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가족과 3박 4일로 17살 때 싱가포르로 패키지 여행을 갔던 일이다. 그 당시의 기억은 생생한 몇 몇 기억들만 남은 체, 나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 연한 느낌의 구름이었다. 이렇게 나는 첫 해외여행이라는 기억은 그렇게 감명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잡았을 때, 진정 내가 해외여행을 가는구나, 하고 두려움과 공존하는 설렘을 느끼는 내 자신을 보았을 때, 나의 세계는 나의 생각이요, 나는 지각으로만 세계의 한계를 설정하던 이였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변하고, 나도 전역을 해서 민간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바뀌었다. 군대에서 사회와 연결이 워낙 되다 보니까, 나의 연결은 인터넷 상으로만 되어있었다는 것을, 나의 시간과 공간은 단절되어있다는 것을, 허무함으로 마무리 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12월 12일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보며 설렘은 동시에 가득해졌다.

전역 당시 대전역에서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며. 이 공간, 이 시간에서 벗어나려 한 나는 기차의 그 속도에 다시금 초연해졌다.

그렇게 2022 카타르 월드컵도 중반으로 흐를 무렵, 출국 길에 나는 올랐다. 그 당시 오전 6시 인천의 기온은 영하 3도, 도쿄는 4도였다. 나중에 재미있게 느낀 사실이지만, 가볍게 옷차림을 했어야 했다는 소감이 이번 여행의 전체적 평이라고 할 정도로, 그 작아 보이는 온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게 상/하의 내의에 목도리에 코트까지, 캐리어 안에는 두꺼운 숏 패딩까지, 아니, 장갑과 귀마개, 핫 팩 4개까지. 혹한기 훈련보다 더 많이 챙겨간 듯 한 나였다. 당연히 캐리어의 무게가 15kg까지는 위탁 수하물 무료였는데, 집에서 측정했을 때 13kg가 나오고 긴장했던 내가 지금 보니 참 웃기다.

나에게는 모든 게 설레던 순간이었다. 사진을 지금 보니 554장에 동영상 34개를 촬영했는데, 과하다고 절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나의 기대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고 합리화하고 싶다. 이렇게 위와 같은 당연한 사진이 나에게는 감정의 벅참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짐을 부치고, 심사를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 빈 좌석들은 곧이어 만석이 될 자리라고 느끼니, 그 당시에는 넓었던 기체 안의 공간이, 지금 보면 참 좁은 공간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기체는 출발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내 몸과 의자가 밀착되는 그 가속도, 그 위로 기울어짐, 내 몸도 뜨는 듯한, 진동의 사라짐. 그리고 먹먹해짐을 선사하는 이륙 그 순간이 비행에 있어 제일 떨리는 순간이다. 순식간에 땅에서 솟구친 비행기. 나는 지금 하늘에 있다.

매 번 하늘을 가로지르던, 아주 작게 보이던 비행기를 고개를 올려다 보곤 했던 나는, 이렇게 이 육중한 비행기의 역설적인 가벼움에 오히려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아름다움은 쉽게 설명될 수 없을 때 이루어진다면, 진정 이 비행기도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2시간 반만에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 짧은 듯 긴 비행 시간 동안 낮잠을 잤던 나는 정신없이 입국심사를 하고 드디어 여행객이 되었다. 나는 우선 일본의 교통 ic카드인 스이카/파스모를 구입하고, 나리타 익스프레스 예약했던 것을 발권해야 했다. 그러나 그 압박감이 있는 임무같은 일에 나는 긴장했지만, 사진과 같이 영어와 한국어로 친절히 표시가 되어 있는 다양한 안내판들을 보고 생각 외로 물 흐르듯 완수하고 나리타 익스프레스에 탔다. 모든 게 새로웠다. 공공시설의 마감재, 유니버셜 디자인 등에서의 그 공통점을 보고도 새롭게 느꼈다.

기차로 1시간, 나는 부드럽게 도쿄역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짐을 맡기고, 마루노우치, 도쿄역 앞 광장에 가보는 것이었다. 모든 게 선명했다. 신 마루노우치 건물과 마루노우치 건물 사이 도로를 중심 축으로 도쿄역이 중앙에 상징물처럼 서 있었다. 어느 역의 디자인을 가져와 그대로 지었다는 도쿄역. 그러나 그 원본이 뭐가 중요하냐는 듯이 뒤의 오피스 빌딩들이 이루는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져 나는 그 건물들이 그 장소에 있었을 시간의 장대함을 느꼈다. 날씨는 상상 외로 따듯했다. 사진도 용기내서 현지인 분들에게 겨우 부탁 드려보았다.

연말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었다. KIITE 쇼핑몰에 들어선 나는 따듯한 실내 말고도 눈으로도 따스해짐을 느꼈다. 모두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쇼핑을 하느라 바쁘다. 나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19시에 HATO 관광버스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도쿄 국제 포럼도 가야 했고, 점심도 해결해야 했으며, KIITE 옥상에서 전망도 관람해야 했다.

우선 <오코노미야키 키지>에 들려 야키소바를 먹어보았다. 첫 일본 현지 음식이었고, 내 입맛에는 예상을 했듯이 맞았다. 달고 짜지만, 감칠맛으로 맛있게 먹었다. 생맥주도 먹었다. 그 가게의 친절함과 현지 분위기 그 두 조건 만으로 나는 어떠한 메뉴를 먹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근처에 있는 도쿄 국제 포럼에 들려보았다. 들어서서 맞이한 건 거대한 빈 공간, 그리고 천장과 벽으로 연장되는 고래의 내부 공간 같은 철제 프레임의 기하학적 아름다움. 그리고 나는 전혀 부담이 없는 슬로프를 걸어 올라가며 이 동선이 이 포럼의 넓은 공간 전체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실내의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조물의 노출. 그리고 빛의 개입. 그 빛 갈래들로 나의 눈은 즐거웠다.

해가 눕고 빛도 늘어지고 있었다. 사진은 그 순간을 포착한다. 우연을 보관한다. 이 사진만으로 나의 놀라움은 보여줄 수 없다. 나의 그 원초적 놀라움은 기억으로, 영상으로 보관되어 있다. 계속 왜곡되어지면서 말이다.

은행잎들도 이제는 충분히 제 색을 발한 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나는 옆을 보면서 간다. 안전의 이유는 부차적이고, 도로를 건널 때 가로를 중심으로 제일 먼 도시의 건물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소실점을 향해 모이는 건물들, 그리고 자동차, 그리고 나의 시선. 도시의 가끔 있는 질서 잡힌, 그 균형을 나는 횡단보도 중앙 지점에서 느낀다.

불과 몇십 미터만 시선이 수직으로 달라졌을 뿐인데, 나의 시야는 횡단보도에서 보던 도시의 끝이, 지평선 저 끝의 도시의 무한함을 볼 수 있게 된다. 조감도로 보는 이 권력적인 시선에서는 누구나 그 복잡한 질서에 놀라움을 얻겠지. 수없이 많은 창문들 속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지겹게도 같이 생활한 장소겠지. 나는 그저 떠나야 하는, 사진 만으로만 기억할 뿐인 이였다. 나도 머무르고 싶어진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건물을 드리우는 그림자는 자연이 아닌 건물이다. 건물들 사이로 깊어지는 그림자. 추워 보일 듯 그곳은 행인들로 하여금 따듯해 보이기도 한다. 택시들의 종점지이기도 한 여기는 검정 유광의 택시들이 어우러진다. 몇몇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한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남은 나는 KIITE 1층에 있는 <SAZA COFFEE>에 들려서 카페라떼를 마시기로 했다. 나의 피로는 발에 점차 쌓이기 시작해서, 실은 커피의 음미보다도, 앉을 자리를 찾던 나에게 이런 카페는 정말 좋은 장소였다. 커피 또한 훌륭했다. 기본적인 것처럼 보이는 라떼아트도 그 기본이 사실은 표준인 것처럼, 먹기 아까운 그 정성이 느껴졌다.

다시 올라가 보았다. 연속해서, 사라지는 자연 빛에 맞춰 인공적인 빛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19시가 되자 나는 그 버스를 타러 발길을 옮겼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버스는 이제 밤길을 달린다. 야경은 감명 깊었다. 좌측 통행인 어색함을 통해 나는 끝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사진을 촬영해 보았다. 조명으로 석조의 거침과 그 무게는 어둠과 대조되어 권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우측에는 고쿄, 숲으로 이루어져 사실 상 어둠 그 자체였고, 좌측은 오피스 빌딩들로 이루어진 빌딩 숲이었다. 이 버스는 도쿄타워로 향한다. 이 코스에는 전망대 관람도 포함되어 있다.

도쿄타워는 제 빛을 발하고, 가까이서 보니 그 어느 높은 건물들보다도 웅장해 보였다. 선명한 주황빛으로 보이는 유선형의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이 타워를 보고 있자면, 나는 진정 숭고함을 느낀다. 도쿄의 역사와 국민들 마음 속에 건재한 이 도쿄 타워. 나는 자랑스러워 해도 될 도쿄의 최고의 상징물이라고 느낀다.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도쿄에는 이것이 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망을 관람했고, 그 상징인 도쿄타워가 보이지 않자-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제서야 매우 밀도 높은 도쿄 도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끝없는 퇴근 차량인지, 아무튼 차량들의 행렬, 그리고 옥상의 붉은 점들이 수없이 깜빡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몇몇 중심 번화가라고 느껴지는, 하늘을 환하게 달구는 빛들의 응축됨 등을 보면서 내일부터 그 도심들을 직접 내가 가본다는 그 설렘이 참 좋았다.

그리고 어쩌다가 한국인 관광객 분을 도쿄타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숙소도 긴자로 비슷한 데에 있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저녁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여행을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우연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여행에서 동행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그 여행의 성격은 많이 달라진다. 아무리 내가 그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둘 이상 여행을 가면, 나는 풍경을 보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 하고도 봐야 한다. 경우의 수는 곱연산으로 배가 된다. 그러나 이럴 때의 우연은 경험에 있어서 좋은 순간이므로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한창 저녁 시간대의 긴자의 중심 교차로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응축되었다가, 해소되었다가, 집중, 해소, 해소, 밀집.

그렇게 버스투어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타고 도쿄만을 가로질러, 긴자 거리를 지나서 다시 종점, 도쿄역에 도착했다. 그분하고 나는 거의 긴자 이초메역까지 걸어갔다가 나는 숙소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러 잠시 헤어졌고, 다시 만나서 <쿠시야키 비스트로 후쿠미미 긴자점>을 들리게 되었다.

밑의 사진 3장은 저녁을 먹고 <300bar>에 가서 먹은 술들이다. 이렇게 밤 11시까지 나는그분에게 많은 정보와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술집은 술을 마시는 목적보다도 사람을 만나는 목적일 때가 더욱 즐겁고 술 또한 맛있어진다. 일본어의 향연 속에서 한국어로 맘 놓고 대화하는 이 익숙한 느낌. 사람들도 많아 뭘 해도 재밌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긴자의 늦은 밤거리를 좀 걸었다. 가게 영업 시간은 지나도, 그 간판들은 여전히 환했다. 이만 그분하고 헤어지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취한 것은 아니지만, 무거워진 내 다리와 뜨거운 내 발바닥을 통해 익숙했던 거리 감각이 사라지고, 숙소는 너무 멀지 않는가 하는 착각에 빠졌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내가 숙박한 곳은 <이마노 도쿄 긴자 호스텔>이었고, 가격이 저렴해서 게스트룸에 숙박하기로 했다. 이게 또 엄청난 즐거움이었던 것이, 당시 숙소에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대만 유학생을 만나, 새벽 1시까지 떠들다가 취침을 했다. 그 전공이 비슷한 유학생은 나에게 여러 책들을 추천해주었고, 나는 그의 폭넓은 시야와 정보들을 담느라 정신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고마웠다. 그 덕분에 일본 여행이 아닌,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12월 12일 월요일, 나의 꿈은 깊어지고 있었다.

게시자: Phronesis.ysb

건축과 도시,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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